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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/뿌직 스페셜4

소녀에 대하여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. 2025. 4. 8.
선잠 “오래 걸려요?”  소녀는 그렇게 물었다. 시선은 맞추지 않은 채였다. 루석은 대답하지 않았다. 소녀는 볼펜을 쥔 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루석을 바라보았다. 묶지 않아 길게 늘어진 검은 머리칼 사이로 언뜻 보이는 루석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. 이따금 책상에 볼펜을 톡톡,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. 소녀는 그 소리가 꼭 둘 사이의 말줄임표를 찍는 것처럼 느껴졌다. 마침표라기엔, 잦게 찍었으니까. 그렇기에 소녀도 입을 꾹 문 채 침묵을 지켰다.   소파에 느슨하게 기대 있던 몸이 스르르 넘어갔다. 푹신한 감촉을 느끼며 소녀는 잠시 뒤척였다. 방 천장에 부유하는 먼지들을 잠시 바라보다가, 시선을 돌렸다. 민트색 카세트테이프가 들어 있는 오래된 라디오, 옆에 쌓인 CD들, 엷게 먼지가 쌓인 피아노, 잡동사니가 .. 2025. 1. 30.
할로윈 # 뿌직 스페셜이란?: 앞뒤서사 고증 세계관 1도 신경 안 쓰고 정말 딱 보고싶은 장면만 A4 1-2장 분량으로 써제끼고 치워버리기 특집* 저의 글은 공지사항(https://mintlatteis.tistory.com/notice/1)을 언제나 준수합니다. # 할로윈 루비 -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요. 비밀소녀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. 고딕 풍의 화려한 망토를 입은 루석이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었다. 빳빳한 목깃 안으로 자꾸 말려 들어가는 머리카락을 빼내는 루석의 모습을 보며 소녀가 작게 웃었다. - 잘 어울리시는데요, 뭐. - 아니, 애초에 망토 하나만 두른다고 뱀파이어가 되나요? 평소에도 워낙 시커멓게 하고 다니시니까. 뭐요? 소녀는 까르르 웃으며 모자를 고쳐 썼다. 끝이.. 2023. 10. 31.
응답하라 # 뿌직 스페셜이란? : 앞뒤서사 고증 세계관 1도 신경 안 쓰고 정말 딱 보고싶은 장면만 A4 1-2장 분량으로 써제끼고 치워버리기 특집 : 요 근래 글을 너무 안 쓰길래...글 근육을 키울 겸 특단의 조치로 생각해봤습니다. 종종 찾아뵙겠습니다.. * 저의 글은 공지사항(https://mintlatteis.tistory.com/notice/1)을 언제나 준수합니다. # 응답하라 1990 루비 봄이라고는 하지만, 아직은 코끝이 찡하게 시릴 정도로 쌀쌀한 날이었다. 강의실에서 벗어난 학생들이 부랴부랴 겉옷을 걸치거나 몸을 가볍게 떨며 우르르 빠져나왔다. 학식 메뉴를 물으며 떠들썩하게 지나가는 무리들을 등진 채 루석은 한참을 머뭇거렸다. 몇 번 흘러내릴 뻔한 숄더백을 다잡는 그의 시선은 한쪽 벽면에 못 박힌.. 2023. 10. 27.